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먼 북소리”에 가장 먼저 나오는 문장이다. 심지어 목차보다도 먼저 나온다.
이 책은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에게, 특히나 20대의 ‘나’에게는 성경과도 같은 책이었다. 나름 여행가이자 탐험가라고 자처했던 20대의 ‘나’는 이 책 한 문단 한 문단마다 감격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동시에 이 책은 나에게 라오스와도 연결되어 있는 책이다. 군대를 다녀온 20대의 여름 한 달간 아빠와 단 둘이 떠난 라오스 여행에서 읽었던 책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라오스의 냄새가 난다. 정작 이 책은 라오스에 관한 내용이 아님에도 말이다.
익숙함 속에 새로운 발견들
나는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는 여러번 보고 또 보는 편이다. 잊혀질 만할 때쯤 다시 보면 그 때의 감동에 더해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된다. 이미 알고 있는 장소에서는 길을 잃을 일도 없고 다음 골목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기 때문에 불안할 이유가 없다. 봤던 영화나 책을 다시볼 때도 마찬가지로 편안함이 있다. 그 편안함 속에서 소소한 새로운 것들을 찾아 내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인 것이다. 이런게 행복이란 게 아닐까? 한 시대에 한 장소에 있던 한 사람이지만 계절이 바뀌고 나이가 들고 다른 장소에서는 다른 생각으로 다시 채울 수 있다. 이럴 때는 기억력이 조금 부족한 것이 고맙기도 하다.
봉인된 “먼 북소리”
10번도 넘게 다시 본 영화나 책은 있지만, “먼북소리”만은 한번 보고 다시는 책장을 열어보지 않았다. 그때의 그 진한 느낌을 다시 받을 수 없을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여행 작가를 할까라고 진지하게 생각했던 그 때의 ‘나’와는 사뭇 다른 ‘나’이기 때문에 그때의 진한 감동은 다시 받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렇게 봉인해 두었던 “먼북소리”는 왜 지금 와서 다시 머리 속에 들어왔을까? 새로운 삶을 그려보고 싶은 지금, 블로그를 시작하는 지금, 마치 새로운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마음에서 다시 이 책이 생각난 것이 아닐까? 두려움과 설레임의 경계에서 “다시 시작해 보자!”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에게 들릴듯 말듯한 먼 곳에서 북을 치고 있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다시 펴서 읽을 용기가 날 때까지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북소리를 찾아 가는 이야기를 풀어 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멀리서 들릴듯 말듯한 북소리를 찾을 수 있기를 응원하겠다. 가능하다면 내가 북을 쳐줄 수도 있다. 물론 당신이 원한다면 말이지.
북소리를 찾아서
내 마음 속에는, 내 머리 속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정말 내가 하고 싶고 원하는 내 마음의 소리는 무엇일까? 정말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튀어 올라와 있었다. 자동차, 목공, 새로운 사업, 악기를 비롯해 운동까지 새로 배우고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았다. 이런 많은 것들이 가라 앉을 때까지 기다리고 나니 몇 가지가 남았다. 명상, 영화, 책, 여행 그리고 글쓰기였다.
Just Do It !
내가 뭘 좋아하지?를 생각하고 나서 마주한 내 모습은 “뭐부터 하지?”를 두고 몇 일을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냥 아무거나 먼저 하면 되잖아. 그냥 동전 뒤집기를 해도 되고. 근데 그게 왜 어려운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사실 조금은 고민하고 있다. 진정 여행을 좋아하던 모습으로 돌아가서, 그냥 아무 길이나 가보는 거다. 막힌 길이면 돌아오면 그만 아닌가? 옆길로 가도 좋고. 모르는 길이면 어때? 정해진 목적지도 없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길에서 만나는 이름 모를 이쁜 꽃, 귀여운 고양이, 활기찬 강아지, 흥미로운 사람들. 좋잖아? 그냥 나가서 만나보자. 그냥 하는 거지 머.. “Just Do It”
블로그는 이렇게 운영하자!
무턱대고 아무 글이나 쓰다보면 또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뭐, 길을 잃으면 어때? 길을 잃고 쓰는 날도 있겠지만, 그건 또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어느 정도 가이드를 두고 써보자. 글의 주제는 내 마음 속에서 남아 있는 명상, 여행, 그리고 나의 영혼에 양분이 되어준 책과 영화 이야기를 써보는 거지. 근데 나 명상은 잘 모르고 잘 안되기고 하는데 어떻게 하지? 모르면 또 어때? 그냥 가보는 거야. 여행가는 길을 다 알고 가나? 모르니까 기대되는 거지. 어때? 생각만 해도 설레이지 않아? 가슴속에 작은 씨앗을 심고 막 싹이 트려고 하는 그런 느낌 말이야!!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 이륙할 때 그 설레임과 두려움. 이륙하기 위해 갑자기 발진할 때의 그 짜릿한 느낌 말이야!!!
좋아!! 그냥 가보는거야!! 가자!!!